#6 펑크에 산다. 이선묵 펑크샬롬원장
- 00ibex
- 2015년 4월 29일
- 4분 분량

(사진: 정정호)
홍대 어느 골목길, 쩌렁쩌렁 하드록이 울려 퍼진다. 입구에는 '이게 펑크다 해치지 않는다'는 캐치프레이즈가 내걸려 있다. 하지만 왠지, 해칠 것 같다! 뭔가 난해하다. 정리되지 않은 아방가르드가 넘치는 인테리어, 귀가 얼얼할 정도로 크게 틀어둔 음악, 형형색색의 머리를 한 직원들, 무엇보다 온몸에 문신을 아로새긴 원장이 화룡점정을 이룬다. 여기는 펑크로 머리 하는 미용실, 펑크샬롬이다. 홈페이지에서는 적잖이 난해한 샬롬의 정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작가가 글로써 이야기를 만든다면 펑크샬롬은 머리를 가지고 스토리를 풀어가는 작가이다'. 자, 이제 그가 풀어놓는 스토리를 들어볼 차례다.
자기소개를 해달라. 홍대, 마포구, 서교동, 428-69 샬롬 미용실에서 일하는 원장 이선묵. 헤어디자이너입니다.
뭘 만드는 사람인가. 만든다는 것보다는 우리는 펑크라는 주제로 머리를 파괴하는 사람이다. 예쁘게 하기보다 형식적인 룰을 부수는 거다. 파괴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갖고 있는 공식을 파괴한다.
머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냥 여자를 잘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성의 심리를 잘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그거 하나로 택했다.
펑크랑 머리는 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 펑크 머리는 얼굴형을 전혀 안 보고 하는 거다. 얼굴형과 상관없이 따로 노는 개념이다. 너무 평범하니까 머리 하나라도 주목을 받으라는 거지. 머리로 풀어나가는 펑크는 뭘 해도 안 되는 애들 때문에 하는 거다. 뭘 해줘도 안 돼. 그럴 때 헤어스타일 하나면 주목받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펑크는 그런 거다. 평범한 사람이 밖에 나가서 특별한 사람이 되라고, 주목받으라고, 펑크스타일을 하는 거다.
당신이 한 머리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밴드나 음악 하는 사람보다 비즈니스맨, 세일즈맨에게 맞다. 평범한 사람이 펑크스타일로 머리를 하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좀 더 잘 풀린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 가게에 오는 사람 중에 박사라던가 공부 잘하는 이런 사람도 엄청나게 많다. 걔네들은 여기서 머리를 했기 때문에 스스로 '펑크'라고 생각한다. 사실, 머리는 그 사람 느낌에 맞게 잘라줄 뿐이다. 근데 걔는 펑크샬롬에 와서 펑크 음악을 들으며 잘랐기 때문에 자기가 펑크스럽다고 생각을 한다.
머리를 잘 자르는 비법이 있나. 그날 그 사람이 들어왔을 때 느낌이 나와 상응하면 뭔가 괜찮은 게 나온다. 우선 얘기를 한다. "나 오늘 뭐 보러 가요." 이러면 그 스타일이 담아지는 거다. 내가 어제 굉장히 좋은 느낌으로 머리를 했다고 다음날 또 그 머리를 할 수는 없다. 잘 안 되던데. 그냥 어떤 머리는 그 사람이랑만 맞는 거다.
더 잘하기 위해 특별히 하는 노력은? 만화책을 많이 본다. 요리책. 섞어서 뭔가를 하잖아. 근데 특별하지 않은 것을 섞어서 뭔가를 만들어 냈어. 특별한 맛이 나. 나도 그렇게 머리를 생각하는 거다. 단발인데 왜 일자 이런 단발만 해야 할까. 그럼 레시피를 어떻게 섞어야 되나. 라면 하나 끓여도 다르게 끓일 수 있듯이 단발머리는 어떻게 풀어나갈까, 커트는 어떻게 풀어나갈까, 이런 생각을 하지.
요즘 관심 있는 헤어스타일은? 스크래치. 인터넷에 찾아보니 바리캉 갖고 머리를 찢는 스크래치 밖에 없는 거야. 그래서 나는 머리를 짧게 다 민 뒤 탈색약으로 노란색 스크래치를 하나 넣어주는 염색 스크래치라는 걸 하나 만들었다. 노란색이 한 줄이 하나 있는 거야. 까만 머리에. 회색을 넣을 수도 있고 빨간색 같은 걸로 상처를 낼 수 있다. 상처를.

몸에 문신이 많다. 왜 새겼나.
이거 되게 상업적인 거다. '펑크스타일의 머리를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우리 직원 애들이 "펑크스타일!" 이렇게 외쳐주고, 원장이 보통 내 나이대의 아저씨와는 스타일링이 다르고 문신도 많으니까 '이 사람이 펑크를 하는 구나' 생각할 수 있다. 많이 설명을 안 해도 되니까. 대신 설명해주는 거니까. 하다 보니 많이 늘었다. 그래서 문신으로 문신을 부쉈다. 스크래치를 일부러 넣어버리고. 그러면서 막무가내 문신에 들어간 거다.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과 가장 신경 쓰는 일은? 머리를 자를 때가 가장 좋다. 일하는 중간에 손님한테 맥주를 권하고 같이 캔 맥주를 먹을 수도 있고. 또 우린 스타일이 중요하잖아. 스타일이 망가지면 끝이기 때문에 제일 신경 쓰는 것은 몸 관리다. 옷을 입었을 때 느낌이 나와야 되니까.
일 말고 최근에 있었던 재미있는 경험은? <비긴 어게인> 봤다. 그걸 보면서 좋았다, 그냥. '내가 매장을 이끌어나가는 에이스로서 우리 애들을 잘 끌어나가려면 뭔가 있어야 되겠구나' 이런 거 '쪼금' 느꼈다. 난 원래 잘 해주기 때문에 엄청나게 쟤네들에게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 조금 더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거 보면 별건 아닌데 프로듀서가 되게 중요하더라.
머리 하는 것 말고 도전하고 싶은 것이 또 있나. 여기 오는 사람들을 위한 두 번째 공간을 만들고 싶다. 아티스트들 많이 오잖아. 내재되어 있는 사람 많잖아. 근데 매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2시간 정도다. 그래서 내년에 펍 같은 것을 꼭 하고 싶다. 내가 사람들에게 카운슬링을 되게 잘한다. 얘기 들으면서 '아니다' 싶은 부분은 기분 안 나쁘게 잘 이야기 해준다. 저녁 시간에는 그걸 하고 싶다.
매일 음악을 틀어놓는데 좋아하는 음악 세 가지를 꼽는다면? 럭스(RUX). 럭스는 다 좋아한다. 그리고 타카피(T.A-Copy)의 '행복한 물개'. 물개가 바다로 가고 싶어 한다. 테두리 안에서 이탈하고 싶은데 갈 수가 없는 거다. 그런 은유적인 가사를 가지고 있는 곡이라 되게 좋아한다. 집에서는 미션을 거의 매일 듣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미션. 안정을 준다. 그리고 정지영의 FM(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 주부들과 이야기하기 위해서 소소한 이야기를 듣지.
자신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약속 한 가지만 해보라. 매장 식구들에게 하고 싶다. 그리고 손님들한테. "나이가 60을 먹어도 너랑 경쟁에서 지지 않겠다. 뭐 스타일이든 헤어든 뭐든 간에 너랑 경쟁해서 지지 않겠다. 그러니까 넌 나랑 항상 전쟁을 치를 준비해라." 사장 같은 리더가 아니라 헤어스타일을 만드는 리더가 되고 싶은 거다. 멈추지 않고 항상 만들어내는, 뭐 그런 사람이 되겠다는 약속을 애들한테 했으니까 그걸 계속 지켜나갈 거다.
인터뷰이: 이선묵 인터뷰어: 이수빈 영상: 장규정 총괄: 최민석
음악: 타카피(T.A-Copy)-행복한 물개
after talk. 그는 평소보다 더 '펑키한' 모습이었다. 반말과 존댓말을 번갈아 사용했고 말 속도는 보통사람보다 1.8배쯤 빨랐다. 질문이 끝나자마자 속사포처럼 이야기를 내뱉고 잠깐씩 침묵했다가 또다시 잇곤 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거 같았다. 아니, 하고 싶은 말이 분명해 보였다. 시쳇말로 '기 빨리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건대, 그다웠다. 그게 펑크다. 해치지는 않는다. 다만, 좀 어지러울 수는 있다.
독서는 외로움을 달래주는 가장 지적인 위로입니다. 글자 속에서 우리는 마음을 나눌 누군가를 만납니다.
[ALLLightNovel]
[Queen Never Cry]
[Ship Name Generator]
[uglyi]